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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성은 천박하고 이성은 모자라는 편식하는 어린이의 잡문모음터 적녹색인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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범죄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 더 살기 힘든 불합리한 사회적 구조, 죄를 저지른 인간이 그것을 뉘우치고 회개할 가능성에 대한 의문, 사형제를 둘러싼 논란, 그리고 이성적 사고 과정과 자기 내면에 대한 성찰을 거치지 않은 종교적-당위론적 용서의 부당함 등. 영화 <오늘>은 '용서'라는 하나의 큰 주제를 던져놓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. 그래서 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.

 

과거에 같은 테마를 다루어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로는 <밀양>이 있겠다. 그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장담은 못하겠지만, 그에 비하면 <오늘>은 다소 작품성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 들었다. '용서'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는 이정향 감독의 구상은 십수년 전에 이뤄졌다고 하니, 이창동 감독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이 좀 속상할지도 모르겠다. 그렇지만 그럴수록 작품을 더 세심하게 다듬어서 내놓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.

 

<오늘>에서는 주제를 둘러싼 여러 담론들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난무한다. 그리고 이내 감독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하나의 주장이 특별히 부각되면서 영화를 이끌고 나간다. 너무 편리하고 게으른 선택이었다. 송혜교와 반 동거하다시피 하는 준주연급 인물을 똑똑하고 조숙한 고교생으로 설정해놓은 것 역시 그러하다. 보통의 평범한 고등학생이 그런 종류의 대사들을 치게 만들어 놓을 수는 없었을테지만, 그런 비범한 인물이 등장할수록 영화에 대한 공감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. 

 
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, 맨 처음에 언급했던 것과 같은 꼭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할 거리들을 던져주면서, 말초적 쾌락을 자극하거나 편한 것들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의 다수 구성원들을 조금쯤 불편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. 게다가 두 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대사 위주로 흘러감에도 딱히 지루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영화 최대의 미덕이었다. 약간은 진화된 송혜교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.

2011.11.04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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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적녹색인생